‘유통 구조 획기적으로 바꿔야’
인터뷰 - 김수정 둘리나라 대표 겸 인덕대학 교수
최근 새롭게 제작, 방영되고 있는 ‘아기공룡 둘리’는 한국의 대표 만화로서 현재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사랑받고 있다. 가장 성공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둘리’지만 취약한 한국의 만화 산업 구조 안에서 많은 고충이 있었다고 원작자 김수정(59) 화백은 말한다. ‘둘리나라’사의 대표이자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교수로서 김 화백이 말하는 한국의 만화 산업에 대해 들어봤다.최근 만화의 산업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데 어떻게 느낍니까.학습 만화를 주축으로 만화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은 침체기이며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 만화 시장은 역사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전환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과거에는 만화를 불량 문화로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고 요즘은 공짜로 즐기는 문화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죠. 산업으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도 불법 음원처럼 수익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아 창작자에게 재투자되지 않고 있어요.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최근 원작이 드라마,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에 사용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미미한 수준이죠.만화 산업에 대한 투자는 어떻습니까.만화인 스스로가 자구책을 찾기 힘듭니다. 많은 작가와 출판사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요. 기댈 데는 정부 지원인데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1997년 공식적으로는 처음,‘둘리’ 제작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약 1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최근에는 만화산업 지원 예산이 늘어나 5년간 1400억 원 규모에 이르렀지만 콘텐츠를 개발하는 영세 작가와 출판사는 주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해요. 지원 대상을 선별할 때 정부 측은 1~2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라고 요구하지만 많은 인력과 비용, 그리고 시간이 투입되는 만화 제작 현실로 봐서 합리적이지 못한 기준입니다. 또한 제작비 지원을 위한 작품 공모의 지원 자격에 ‘만화 사업을 한 경력이 있는 이’로 제한돼 학생들의 창의적인 작품들은 공모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만화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성과를 보기 힘듭니다.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많이 생겨났는데 전문 인력이 육성되고 있습니까.1990년대 중반 이후 여러 대학들에 만화 및 애니메이션학과가 개설됐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 개 만화 관련 학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만화 업계에서 졸업생들을 모두 수용할 방법이 없습니다. 만화 학도로서 끼 있고 꿈을 가진 젊은 친구들이 너무 일찍 좌절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 가능성은.최근 ‘뿌까’나 ‘뽀롱뽀롱 뽀로로’가 해외에서 호평 받고 있어요. 이 작품들은 제작 전부터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이 모델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화는 본질적으로 제작 국가의 정서를 많이 반영합니다. 자국의 정서를 지우고 외국 독자와 완전히 정서 교감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꽃보다 남자’의 만화와 드라마는 지극히 일본 정서지만 보다 보면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꽃보다 남자’는 처음부터 아시아권을 겨냥하고 만든 작품은 아니었죠. 보통 성공작들은 자국 내에서 성공한 후 해외로 진출합니다.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만 지향하는 정부는 작품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지우려 하고 있어요.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100년 감동의 킬러 콘텐츠 육성 전략’ 공모전에 ‘둘리’가 2번 응모했었으나 떨어졌어요. 이유는 ‘둘리’가 국제성과 산업성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제성이란 것이 젓가락, 김치, 된장이 만화에 등장하는 대신 포크를 들어야 하고 외국 회사와 합작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작품이 기준에 맞출 수 있을까요. 그런 기준 하에서는 숨어 있는 좋은 콘텐츠를 발굴할 수 없습니다.약력: 1950년생. 둘리나라 대표 및 만화가. 인덕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75년 소년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 ‘폭우’ 당선. 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주요작 ‘아기공룡 둘리’, ‘작은악마 동동’, ‘일곱 개의 숟가락’ 등.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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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일시 : 2009년 3월 26일 13시 47분 47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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