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늘]국민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 첫 연재
ㆍ둘리의 26번째 생일
오늘 ‘국민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가 생일을 맞았다. 만화 주인공이 무슨 생일이냐고 하겠지만 만화 ‘아기공룡 둘리’가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처음 연재된 4월22일을 태어난 날로 삼았다. 주민등록증까지 있다. 2003년 탄생 20주년을 맞아 부천시가 ‘830422-1185600’이라는 주민번호를 발급했다.
둘리는 빙하기 때 얼음 속에 갇혀 있다가 어느날 서울로 오게 된 초록색 아기공룡이다. 항상 혀를 반쯤 내민 어리숙한 말썽꾸러기지만 돌발 상황에선 외계인에게서 받은 초능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둘리 외에도 만년과장인 집주인 고길동, 고씨의 조카 희동이, 깐따삐야별에서 온 외계인 도우너,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타조 또치, 가수 지망생 마이콜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들과 상상력 넘치는 스토리 전개로 ‘아기공룡 둘리’는 83년 연재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87년 TV용 애니메이션, 96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영어교육 비디오와 뮤지컬로도 제작됐고 둘리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만 2000종이 넘을 정도로 ‘원소스 멀티유스’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최근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TV로 방영되면서 또다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둘리는 이제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이야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로 평가받지만 둘리의 탄생에는 웃지 못할 ‘비화’가 숨겨져 있다. 둘리는 작가 김수정씨가 80년대 군사정부 시절 심의를 피하기 위해 궁여지책 끝에 탄생시킨 캐릭터다. 당시 만화는 아동의 정서에 해악을 끼치는 ‘저질문화’로 통제와 검열의 대상이었다. 심의 당국은 오로지 ‘바른 생활’의 주인공을 요구했다. 좀 삐딱하거나 반항하는 아이의 이미지는 묘사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김씨는 아이 대신 동물을 등장시키면 심의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안해낸 캐릭터가 공룡, ‘아기공룡’ 둘리였다.
80~90년대 둘리에 열광했던 세대는 이제 30~40대가 됐다. 둘리를 못잡아먹어 안달하는 까칠한 고길동씨와 비슷한 연배가 된 셈이다. 그런데 둘리도 나이를 먹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화가 최규석은 <아기공룡 둘리를 위한 오마주>에서 이 같은 기발한 생각을 만화화했다. 어른이 된 둘리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냉혹하고 차가운 사회의 현실에 휩쓸리고 좌절한다. 그 같은 사실을 짐작하기에 우리는 어쩌면 ‘아기공룡’ 둘리를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김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