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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나라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요.

▲ ‘둘리 아빠’ 김수정 화백이 캐릭터 인형들을 꼭 껴안고 있다.


그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 열한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홀로 거둬먹였다. 작가 김수정(60)은 그 중에서도 여덟번째 아들이었다. 공사장에서 노역을 하거나 비닐우산을 팔아 생활비를 보태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런 그에게 그림은 희망이었다. 비싼 참고서도, 수업료도 필요없었다. 필요한건 오직 종이 한 장과 펜 뿐. 다른 만화가 지망생들이 유명 작가의 문하생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동안 그는 맨땅에 헤딩하는 쪽을 택했다.

“독학을 해서인지 25세에 만화가로 데뷔한 뒤에도 근 5년을 헤맸습니다. 제가 어떤 만화를 그려야 할지도 몰랐고 뭘 잘하는지도 몰랐죠.”

제대로 된 벌이도, 한줄기 희망도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됐다. 참다못한 여자친구는 이별을 통보했다. 유일하게 마음을 기댈 곳이 사라지자 그는 이성을 잃었다. 한달음에 달려간 여자친구의 집에서 그는 갖은 모욕을 당하고 쫓겨났다. 갈 곳은 없는데 통금시간이 가까워오자 고물시계를 전당포에 팔아 돈을 마련했다. 며칠간 여관에 처박혀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비참했죠. 더이상 갈곳이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1남4녀 막순이’ 바로 ‘둘리’의 전신으로 꼽히는 작품이에요.”

그를 스타로 만든 ‘둘리’는 데뷔 8년 만에 탄생한 복덩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87년엔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전 국민이 둘리를 알 정도로 그는 유명해졌다. 방송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1996년에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도 선보였다.

“당시 제작비가 12억원 들었습니다. 영화는 크게 흥행했죠. 5억원을 투자한 회사가 23억원을 벌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그렇게 끌어모은 돈을 갚는데엔 5년이나 걸렸습니다. 번 돈을 다른 작품에 투자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요.”

그는 ‘둘리=김수정’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고 고백한다. 돌이켜보면 ‘날자 고도리’ ‘일곱개의 숟가락’ ‘작은 악마 동동’ ‘볼라볼라’ ‘꼬마인디언 레미요’ 등 ‘둘리’ 못지 않게 심혈을 쏟은 작품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묻혀버렸다.

“콘텐츠를 활용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했어요. ‘둘리’처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고 영화로도 제작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자꾸 이름을 알려야 하는데 결국 돈이 없어서 그런 작업들이 중단된 거예요. 안타깝죠.”

환갑을 앞둔 그는 늦게나마 ‘둘리나라’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애니메이션 제작과 캐릭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업은 정말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김 작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NEW 아기공룡 둘리’를 새롭게 발표했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더 이 일에 매진할 생각이다. 이 기간 ‘NEW 아기공룡 둘리’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작은 악마 동동’ ‘일곱개의 숟가락’ 등은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게 된다.

“무슨 대단한 야망이나 의식이 있어서 하는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핍박받는 영역의 작가로 활동하면서 서러움을 너무나 많이 느껴서 어떻게든 만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본보기를 보여보자, 둘리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자 이런 생각인거죠.”

이와 함께 그는 둘리를 오는 24일 뮤지컬 무대에도 데뷔시킨다. 수많은 에피소드 중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을 원작으로 삼는 뮤지컬 ‘아기공룡 둘리’은 개그맨 박준형이 마이콜 역을 맡고 최국, 가수 최호섭 등이 출연한다.

“‘NEW 아기공룡 둘리’를 발표할 때엔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1980년대에 사랑받던 캐릭터를 현대 어린이들이 좋아할까 하는 걱정도 했고요. 막상 방송 후 반응이 좋으니까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래서인지 뮤지컬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던 것 같아요.”

‘도라에몽’ ‘키티’ ‘꼬마 기관차 토마스’ 등 온갖 외국 캐릭터가 선점해온 아동 뮤지컬 무대에서 그는 자식같은 둘리가 우뚝 설 것을 기대한다.

“제작진에 늘 부탁하는 것이 하나 있어요. 관객과 배우를 구분짓지 말고 한바탕 어울리는 방식으로 만들어달라는거죠. 둘리의 친근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지워볼 생각입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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